살인자의 기억법-스포주의

2017. 12. 11. 21:44

베키오 영화

알쓸신잡 전부터 유명했지만 저는 알쓸신잡을 통해 알게된 작가 김영하의 원작을 영화화 한 작품입니다. 저는 우선 원작 소설을 보지 않았고 영화만 본 입장에서 리뷰를 해볼께요. 김여하 작가의 다른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는데 알쓸 신잡에서 모습처럼 참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가는 작가라고는 생각했지만, 영화를 봤을땐 소설이 꼭 읽어보고 싶어질 정도록 어떻게 이런 소재를 생각해냈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의 뛰어난 연출일수도 있겠지만요.

 

 

 

 

어린 시절 김병수(설경구役)의 가족들은 아버지로부터 가정폭력을 당하고, 김병수는 참지 못하고 아버지를 베게로 질식사시켜 살해합니다. 첫 살인으로 아버지를 죽인뒤 그 후로 인간 쓰레기들을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살인자가 되어 사람들을 죽여갑니다. 17년 살인을 하고 오다 눈길에서 차사고가 나고 그로 인해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못하고 살아갑니다. 그 사고로 알츠하이머에 걸렸기 때문이죠. 딸 은희는 살인자의 기억을 함께 되짚어가는 도구인 녹음기를 주고 김병수는 하나하나 녹음해 나갑니다. 짙은 안개가 낀 어느날 차를 몰고 가던 중 앞차와 충돌 사고가 나고 충돌로 인해 열린 앞 차의 트렁크에서 피를 발견하게 됩니다. 직감적으로 병수는 피가 사람의 피라는 걸 알게 되고 앞차의 운전자도 자기와 같은 살인자임을 알아챕니다.

 

 

영화 마지막 장면에 대한 해석이 다양한거 같네요. 동굴에서 걸어나오면서 민태주와 마주 하는 장면인데 만약에 민태주가 살아있다면 은희가 살아서 녹음기를 받는 장면은 나올 수 없게 된다고 보입니다. 이 장면은 병원에 입원되어 있던 병수는 알 수가 없는 부분이니 그의 기억과는 무관하다고 추정하면요. 자신이 연쇄살인범임을 알게된 은희를 민태주가 살려 놓진 않았을거 같구요. 만약 살아있다면 영화내내 쌓아올린 개연성들이 극적인 연출을 위해 다 무너져 내리는 거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마지막 장면은 병수가 기억을 잃기전 강하게 자신에게 내린 모든것을 믿지말고 민태주를 죽여라고 했던 암시가 남아있어서, 민태주를 계속 살아있다고 착각하는것으로 생각하는게 좋을거 같습니다.

 

 

 

간만에 재밌는 영화를 봤다고 결론을 내린 이유는 소설과의 차이 점, 그리고 감독판과의 차이점 때문입니다. 감독은 좋은 연출을 통해 탄탄한 구조를 갖추고 있음에도 해석은 자유로울 수 있는 장치들을 남겼고, 특히 살인자의 기억을 중간중간 무너트려 관객의 입장에서 사실과 살인자의 잘못된 기억을 어느 순간부터 구별하지 못하게 만든점은 극적인 재미를 주었습니다.

 

 

소설에서 병수는 살인을 쾌감으로 즐겼고, 은희는 학창시절에 본인이 병수의 친딸이 아님을 알게 되고 관계가 멀어집니다. 감독판은 극장판보다 10분 정도가 추가 되었고 결말도 전혀 다르게 나왔습니다. 사실 이 결말을 알게 되니 더욱 소름이 끼치게 되더라구요. 민태주의 연쇄살인은 모두 병수가 저지른 짓이었고, 민태주의 존재를 알아차린 교통사고도 사실은 시체를 싣고 가던 병수가 민태주를 뒤에서 박았던 것입니다. 민태주는 오히려 교통사고 후 과거의 연쇄살인범이 아직도 살인을 저지른다고 수사중이였구요. 그리고 검사가 건네준  CT사진에서 한쪽이 함몰된 머리는 태주가 아니라 병수였습니다.

 

어느 결말이 더 와 닿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두 결말다 충분히 가능한 전개였다고 보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화가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던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시간이 되신다면 그리고 집중할 정신력이 있을때 한번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