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따뜻하고 재밌고 감동적인 작품을 보았습니다. 아쉬운점도 있습니다만,

블록버스터 같은 화려함은 없지만 이렇게 잔잔하게 내리는 비처럼 스며드는 영화도 좋은듯 하네요. 한 할머니의 이야기로 시작 합니다.

 뭐 하나 잘못되거나 맞지 않으면 바로 구청으로 달려가 민원을 넣습니다.

 옥분 할머니는 이렇게 민원으로 구청직원들의 블랙리스트 같은 존재입니다.

이 할머니의 민원을 전담하는 민재는 이나라를 이끌어가는 능력 있는 9급 공무원입니다. 그들은 티격 태격 하지만 민재는 

갓  9급 답게 능수능란하게 민원인을 상대해 나가네요. 

 

 

 

 

참고로 이제훈이 맡은 민재는 9급이고 주임으로 불립니다. 그리고 극 후반에 7급 시험에 합격해서 옥분에게 주무관으로

불러달라고 하는데요.  서울시 기준 9급이든 7급이든 주무관으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9급,7급 모두 주무관으로 불리고, 직원들끼는 서로를 지칭할때 주임을 부를경우가 있습니다. 따라서 민재는

급수가 7급에 합격했어도 아니 원래 9급 민원 담당일때도 주무관이었습니다.

그리고 민원접수과에서 저렇게 민원을 다 처리하지는 않습니다. 민원을 접수하고 구청의 해당과로 보냅니다.

옥분의 어마어마한 서류를 들고와서 민원과를 압박하는데, 실재로는 그닥 위력적이지는 않겠죠.

 

다시 영화로 돌아가서 할머니는 영어를 가르쳐줄 사람이 필요 합니다. 민재는 유학파 출신으로 건축가를 꿈꾸다

집안의 사정으로 인해 귀국해 공무원 시험으로 전향을 했습니다.(건축학개론에서 이재훈은 건축학도 였는데..)

동생과 할머니의 특별한 인연으로 할머니에게 영어를 가르쳐 주게 되고 이후에 민원과

관련된 갈등으로 둘은 수업을 멈추게 됩니다.

 

 

 

이후에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였던 것을 알게 되고 할머니가 미국에서 연설할 수 있게 도와줍니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 좋았던 점은 특별히 강요하지 않습니다. 약간 울음을 강요하는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부분을 제외하고는 영화는 특별히 위안부를 초반부터 등장시키지도 않습니다. 평생을

숨기고 살아온 옥분처럼 영화도 중반까지 이사실을 숨깁니다. 자연스럽게 위안부의 안타까움

일본의 만행을 살며시 살며시 말해줍니다. 

 

옥분은 어머니 무덤에 가서 그동안의 서운함을 털어놓습니다. 왜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해주지 않았냐, 따뜻하게 안아주지 않고, 숨겨야만 했었냐 이런 안타까움을 독백으로 털어놓습니다.

이 장면은 아마도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일부를 제외하고) 당시에 사회적인 인식에 대한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마음 같습니다.  이후 민재가 할머니께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는데

아마 이것은 우리의 마음을 대신 말해준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진주댁은 왜 내게 미리말하지 않았냐며 서운함을 들어내며 옥분과 함께 우는데요, 저는

이 장면이 민재가 미안하다고 말하는 장면보다 더 감정적으로 와 닿더라구요.

 

이 영화를 통해 얼마전 나문희님이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였는데, 영화를 보면서

정말 연기 잘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리고 옥분할머니 친구로 나온 금주역을 맡은 손숙님의

연기는 정말 압도적이었습니다. 치매가 오고 아프면 정말 저런 표정을 짓는거 같더라구요.

 

감동을 주려고 하는 영화가 가지는 어쩔 수 없는 식상함이 이영화에 없는것은

아닙니다만 영화 한편으로 가슴에 남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강요없이 잘 풀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슬프지만 따뜻한 영화로 기억할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