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정 그리고 적은 늘 우리 안에 있었다.

이 단어와 문장을 통해 영화의 큰 줄기는 대략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영화가 끝난뒤에 밀정이 누군지 그가 얼마나 나쁜지를 생각하는 거 뿐만 아니라

좀 더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습니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스가 제작비 전액을 처음 투자한 한국영화이고

영화 장르는 느와르, 스파이물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만, 이런 장르로만 한정 지어 버리기에는 아쉬운

한국 영화 특유의 감정을 더 넣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타일리쉬한 영화 감독이라 평이난 김지운 감독 답게 모든 장면 연출이 멋스럽고

각 화면 마다 배우들이 중앙에서 좀 더 부각된 느낌을 받았습니다.

빛 바랜 듯한 영상이 한지민이 연기한 연계순의 자줏빛의 컬러풀한 옷과

일제시대 조선의 최고 멋쟁이라고 알려진 의열단 단원들의 의상과 스타일을 돋보이게 만듭니다.

 

영화는 빛바랜 영상과 멋스러움을 간직한체

차곡차곡 의열단의 투쟁을 위한 움직임과 밀정의 아슬아슬함을 쌓아가고

그 속에서 불안한 감정이 잘 전해져 옵니다.

이렇게 차곡차곡 누적된 힘은 의열단을 뒤쫒는 일본경찰과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가야 하는

상하이에서 부드럽고 강력하게 터져나갑니다.

 

사실 이 영화의 중심이라고 생각했던 ’밀정’은 생각보다 싱겁게 밝혀집니다. 진짜 밀정이 의미하는것은

밝혀진 밀정보다 이 영화의 밀정인 송강호가 연기하는 이정출이고 마지막까지 누구의 편인지 밝혀지지 않습니다.

이정출은 일본 경무국으로 부터 추궁을 받고 자신은 배신자가 아니고 일본편임을 밝혀야 하는 상황에 몰리지만

동시에 동포들의 위태함을 목격하고, 슬퍼하고 괴로워합니다. 연계순을 직접 고문하고, 그녀의 사망을 발견하면서

그의 비참한 기분이 잘 느껴집니다. 아마 어쩌면 감독은 통쾌한 복수로 상업적 숙명을 다하지만

관객인 저에겐 이정출의 모습에서 좀 더 고민에 휩싸이게 만드는것 같습니다.